5월 11일은 '입양의 날'입니다.
'입양의 날'은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날입니다.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 결정된 5월 11일 입양의 날을 기념하며 2014년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두 자녀를 입양하고, 이제는 입양 11년차가 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결혼 16년 차 부부 장원석(부), 이은정(모)이라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주안이, 각각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이 된 딸 아린이, 채린이까지 총 다섯 식구입니다.
첫째 아들 주안이를 출산 후 아이가 4살이었던 2014년 6월, 생후 58일이 된 아린이를 만나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고, 2016년 6월에는 생후 4개월 차 귀염둥이 막내 채린이를 만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있는 우리 부부가
입양을 결정한 이유
엄마: 엄마인 저는 첫째를 임신하기 전부터 입양에 대한 뜻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어요. 청소년기부터 가족과 떨어져 유학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게 입양은 특이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닌 가족을 이루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는 이미 태어나서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저는 제가 낳지 않아도 가족이 되어 사랑으로 아이를 품을 수 있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처음엔 남편의 반대가 있었지만 첫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입양에 대한 남편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아빠: 첫째를 임신하는 내내 아내가 조산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아이를 낳을 때도 큰 고비를 넘겨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질 못했어요. 신혼 때 아내가 입양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저는 입양을 반대했었고요. 첫째를 낳아 키운 지 6개월 정도 지날 무렵 어느 날 첫째를 바라보고 있다가 키우면서 정이 드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아내와 입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아린이를 입양하고 나니 훗날 우리 부부가 아이들 곁에 없어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자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셋째(채린)의 입양 계기였습니다.
둘째 아린이와의 첫 만남(2014)
아린이 채린이와의 첫 만남,
삼남매의 부모가 된 우리
엄마: 2013년, 입양을 준비하기 위해 조심스레 동방사회복지회의 문을 두드렸어요. 입양에 요구되는 여러 절차를 준비하고 2014년 꿈에 그리던 둘째를 만나게 되었죠. 입양을 신청했던 그 순간부터 아이를 만나기까지의 기간은 저에겐 마치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했던 기간 못지않게 매우 귀중한 시기였어요.
출산을 앞둔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의 이름을 생각하고, 아이의 옷을 준비하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아린이를 처음 만난 그날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만 1개월 반이 조금 지나 속싸개에 돌돌 쌓여 있던 작고 조그만 아기가 제 품에 안겨 손과 발을 꼬물거리며 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데 저도 모르게 “아린아, 내가 엄마야! 빨리 우리 집에 가자!”라고 속삭였어요. 마치 마음에 따뜻한 파도가 일렁이는 느낌이었죠.
아린이가 집에 온 날, 당시 만 3세를 바라보았던 첫째는 동생 아린이를 보고 너무 예쁘다며 안아주고 “내가 오빠야!”라고 말하며 예쁜 미소를 보여줬어요. 동생이 오기 전 '동생이 생겼어요!' 같은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었더니 효과가 조금 있었나 봅니다.
아빠: 저는 생후 50일이었던 아이의 모습에 ‘동글동글 감자 같다. 코도 동그랗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저는 배냇짓 하던 모습에 홀딱 반했죠.

채린이는 만 4개월 때 저희 부부와 만났어요. 채린이를 만나기 위해 온 가족이 동방사회복지회에 출동 하였는데요. 선생님이 채린이를 데리고 와서 저희에게 보여줬을 때 신생아처럼 작던 아기를 상상하다가 아기가 생각보다 크고 통통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아기를 제 품에 안았더니 4개월 아기가 지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표정과 험상궂은 눈으로 저희를 바라보는데 “얘, 성격이 조금 있겠네?”라고 남편과 농담을 나누며 깔깔 웃었습니다.
하지만 오빠인 주안이는 아기가 너무 예쁘다며 채린이에게 뽀뽀하더니 동생이 또 생겼다며 기뻐했어요. "우리 아기 얼굴 기억해야 해요! 꼭 이 아기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와야 하는 거에요!" 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 채린이를 데리러 아린이와 함께 갔는데요. 첫 만남과는 다르게 아기가 굉장히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요. 혹시라도 아기가 바뀌었나 싶어서…. 우리가 지난주에 보았던 아기가 맞는지 여쭈어보니 채린이가 많이 아파서 살이 빠졌다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아린이가 옆에서 "엄마, 채린이에요! 우리 아기 맞아요!"라고 말하며 아기에게 뽀뽀를 해주더라구요.
우리가 입양을 공개한 이유
아린이와 채린이(2019, 2022)
입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감추어야 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이하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죠. 입양은 단지 가족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감추었다면, 아이가 후에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슬픔과 상처는 굉장히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입양아동이 자기 자신에 대한 사실과 역사를 아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입양을 결정한 이래, 아이들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해야 함에 있어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어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입양가족모임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해 알게 되었죠. 가정에서는 입양과 관련된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들이 입양과 자신들의 생부모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들을 물어보면 대답해 주며 우리가 만났을 때의 이야기도 자주 해주었어요.
채린이는 입양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가끔 지금의 엄마, 아빠가 자신을 낳아준 생부모가 아니라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할 때가 있어요. 자신의 초음파 사진이 없는 것도 탯줄이 없는 것이 슬프다고 말해요. 그래서 소수의 친한 친구들에게만 자신의 입양을 공개하는 편이에요. 반면, 아린이는 학교에서 출산,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배우게 될 때 아주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해 발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곤 하죠.
공개의 선택권은
아이들에게도 있어요

아린이가 2학년 수업 시간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배울 때였어요. 친구들에게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입양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아린이의 말을 믿지 못했어요. 집에 도착한 아린이는 친구들이 자신에게 “야, 나도 엄마가 어디 어디 다리에서 주워 왔다고 했어!”, “너희 엄마도 거짓말한 거야!”라고 말했다며 크게 슬퍼하며 펑펑 울었어요. 친구 엄마처럼 엄마도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며, 심지어 자신의 입양 사실에 대해 헷갈려하기도 했고요.
담임선생님과의 통화에서 아린이가 자신과 동생이 입양되었다는 말을 수업 시간에 언급했지만, 선생님 또한 아린이가 정말 입양이 됐다고 생각하시지는 못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께 아린이와 친구들 간의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며 각별한 지도를 부탁드렸고, 아이의 친구 부모님께도 전화하여 저희 가정의 입양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이러한 작은 소동을 겪고 난 후, 입양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어 학교 측에 반편견 입양 교육을 요청했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린이와 채린이의 친구들 모두 함께 반 편견 입양 교육을 듣게 되었고요.
올해는 채린이도 친구들에게 자신의 입양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공개 입양을 취하고 있지만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아이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나서서 입양에 관한 불필요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있어요. 공개의 선택권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데요.
아린이는 저희 가정의 입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갑작스럽게 입양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엄마는 나랑 채린이를 입양하지 않았으면 심심했을 거 같아요.” “엄마! 나는 입양이 되었으니까, 나중에 나를 낳아준 엄마, 아빠를 보러 갈 수도 있어요?” 등의 말을 하고는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색하지는 않아도 적잖이 당황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아린이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희 엄마 아빠는 정말 좋겠다! 너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얘기해주곤 합니다.
한번은 어버이날에 아린이가 ‘저를 입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친생자 아이들도 ‘엄마, 아빠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의례적으로 쓰는 편지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아린이의 편지를 읽고 난 후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너희가 엄마를 너희 엄마로 입양해 주어서 고마워! 너희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답니다. 입양에 대한 모든 편견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아린이와 채린이가 건강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자라기를 늘 기도합니다.
입양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과
예비입양부모님에게 전하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은정입니다. 저는 한 번의 출산으로 아들을 만나게 되었고 입양을 통해 두 딸을 만나 저희 다섯 식구 가족이 완성되었습니다. 저의 경험상 입양 또한 출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갖는다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부부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부모의 자격 중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입니다.
부부가 입양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 스스로 자신들의 상태를 평가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된 부모라는 의미입니다. 가끔씩 ‘아이가 예쁘지 않다면 어떡하지?’ ‘정이 가지 않으면 어쩌지?’, ‘후회하면 어떡하지?’ 등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입양의 문턱에서 주저하시는 분들을 보곤 하는데요. 아이를 만나 함께 살아가다 보면 그 모든 고민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러니 아무리 아이가 미운 짓을 하고, 사고를 치고, 반항하며 모진 말을 쏟아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서 가끔 부모 자신도 모르게 후회가 되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아이의 환한 웃음과 미소를 보면 그런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됩니다. 그런 모든 고민 또한 부모가 되는 길 중 놓여 있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더라고요.
끝으로 예비 입양 부모님들은 어느 시기에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아이에게 입양을 말하는 것은 특정한 나이대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아이를 앉혀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른 채, 그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하던 전하지 못한 ‘비밀’을 쏟아내는 방식보다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입양에 관련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 자신이 매우 귀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고 입양은 가족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의 아이 또래의 입양가족을 만나서 어울리는 것도 권유드립니다.

5월 11일은 '입양의 날'입니다.
'입양의 날'은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날입니다.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 결정된 5월 11일 입양의 날을 기념하며 2014년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두 자녀를 입양하고, 이제는 입양 11년차가 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결혼 16년 차 부부 장원석(부), 이은정(모)이라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주안이, 각각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이 된 딸 아린이, 채린이까지 총 다섯 식구입니다.
첫째 아들 주안이를 출산 후 아이가 4살이었던 2014년 6월, 생후 58일이 된 아린이를 만나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고, 2016년 6월에는 생후 4개월 차 귀염둥이 막내 채린이를 만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있는 우리 부부가
입양을 결정한 이유
엄마: 엄마인 저는 첫째를 임신하기 전부터 입양에 대한 뜻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어요. 청소년기부터 가족과 떨어져 유학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게 입양은 특이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닌 가족을 이루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는 이미 태어나서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저는 제가 낳지 않아도 가족이 되어 사랑으로 아이를 품을 수 있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처음엔 남편의 반대가 있었지만 첫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입양에 대한 남편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아빠: 첫째를 임신하는 내내 아내가 조산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아이를 낳을 때도 큰 고비를 넘겨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하질 못했어요. 신혼 때 아내가 입양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저는 입양을 반대했었고요. 첫째를 낳아 키운 지 6개월 정도 지날 무렵 어느 날 첫째를 바라보고 있다가 키우면서 정이 드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아내와 입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아린이를 입양하고 나니 훗날 우리 부부가 아이들 곁에 없어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자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셋째(채린)의 입양 계기였습니다.
아린이 채린이와의 첫 만남,
삼남매의 부모가 된 우리
엄마: 2013년, 입양을 준비하기 위해 조심스레 동방사회복지회의 문을 두드렸어요. 입양에 요구되는 여러 절차를 준비하고 2014년 꿈에 그리던 둘째를 만나게 되었죠. 입양을 신청했던 그 순간부터 아이를 만나기까지의 기간은 저에겐 마치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했던 기간 못지않게 매우 귀중한 시기였어요.
출산을 앞둔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의 이름을 생각하고, 아이의 옷을 준비하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아린이를 처음 만난 그날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만 1개월 반이 조금 지나 속싸개에 돌돌 쌓여 있던 작고 조그만 아기가 제 품에 안겨 손과 발을 꼬물거리며 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데 저도 모르게 “아린아, 내가 엄마야! 빨리 우리 집에 가자!”라고 속삭였어요. 마치 마음에 따뜻한 파도가 일렁이는 느낌이었죠.
아린이가 집에 온 날, 당시 만 3세를 바라보았던 첫째는 동생 아린이를 보고 너무 예쁘다며 안아주고 “내가 오빠야!”라고 말하며 예쁜 미소를 보여줬어요. 동생이 오기 전 '동생이 생겼어요!' 같은 동화책을 여러 권 읽어주었더니 효과가 조금 있었나 봅니다.
아빠: 저는 생후 50일이었던 아이의 모습에 ‘동글동글 감자 같다. 코도 동그랗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렸고, 저는 배냇짓 하던 모습에 홀딱 반했죠.
채린이는 만 4개월 때 저희 부부와 만났어요. 채린이를 만나기 위해 온 가족이 동방사회복지회에 출동 하였는데요. 선생님이 채린이를 데리고 와서 저희에게 보여줬을 때 신생아처럼 작던 아기를 상상하다가 아기가 생각보다 크고 통통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아기를 제 품에 안았더니 4개월 아기가 지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표정과 험상궂은 눈으로 저희를 바라보는데 “얘, 성격이 조금 있겠네?”라고 남편과 농담을 나누며 깔깔 웃었습니다.
하지만 오빠인 주안이는 아기가 너무 예쁘다며 채린이에게 뽀뽀하더니 동생이 또 생겼다며 기뻐했어요. "우리 아기 얼굴 기억해야 해요! 꼭 이 아기를 우리 집에 데리고 와야 하는 거에요!" 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 채린이를 데리러 아린이와 함께 갔는데요. 첫 만남과는 다르게 아기가 굉장히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요. 혹시라도 아기가 바뀌었나 싶어서…. 우리가 지난주에 보았던 아기가 맞는지 여쭈어보니 채린이가 많이 아파서 살이 빠졌다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아린이가 옆에서 "엄마, 채린이에요! 우리 아기 맞아요!"라고 말하며 아기에게 뽀뽀를 해주더라구요.
우리가 입양을 공개한 이유
입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감추어야 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이하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죠. 입양은 단지 가족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감추었다면, 아이가 후에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슬픔과 상처는 굉장히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입양아동이 자기 자신에 대한 사실과 역사를 아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입양을 결정한 이래, 아이들에게 입양 사실을 공개해야 함에 있어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어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입양가족모임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해 알게 되었죠. 가정에서는 입양과 관련된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들이 입양과 자신들의 생부모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들을 물어보면 대답해 주며 우리가 만났을 때의 이야기도 자주 해주었어요.
채린이는 입양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가끔 지금의 엄마, 아빠가 자신을 낳아준 생부모가 아니라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할 때가 있어요. 자신의 초음파 사진이 없는 것도 탯줄이 없는 것이 슬프다고 말해요. 그래서 소수의 친한 친구들에게만 자신의 입양을 공개하는 편이에요. 반면, 아린이는 학교에서 출산,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배우게 될 때 아주 자연스럽게 입양에 대해 발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곤 하죠.
공개의 선택권은
아이들에게도 있어요
아린이가 2학년 수업 시간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배울 때였어요. 친구들에게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입양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아린이의 말을 믿지 못했어요. 집에 도착한 아린이는 친구들이 자신에게 “야, 나도 엄마가 어디 어디 다리에서 주워 왔다고 했어!”, “너희 엄마도 거짓말한 거야!”라고 말했다며 크게 슬퍼하며 펑펑 울었어요. 친구 엄마처럼 엄마도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며, 심지어 자신의 입양 사실에 대해 헷갈려하기도 했고요.
담임선생님과의 통화에서 아린이가 자신과 동생이 입양되었다는 말을 수업 시간에 언급했지만, 선생님 또한 아린이가 정말 입양이 됐다고 생각하시지는 못했다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께 아린이와 친구들 간의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며 각별한 지도를 부탁드렸고, 아이의 친구 부모님께도 전화하여 저희 가정의 입양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이러한 작은 소동을 겪고 난 후, 입양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되어 학교 측에 반편견 입양 교육을 요청했어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린이와 채린이의 친구들 모두 함께 반 편견 입양 교육을 듣게 되었고요.
올해는 채린이도 친구들에게 자신의 입양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공개 입양을 취하고 있지만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아이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나서서 입양에 관한 불필요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있어요. 공개의 선택권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데요.
아린이는 저희 가정의 입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갑작스럽게 입양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엄마는 나랑 채린이를 입양하지 않았으면 심심했을 거 같아요.” “엄마! 나는 입양이 되었으니까, 나중에 나를 낳아준 엄마, 아빠를 보러 갈 수도 있어요?” 등의 말을 하고는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색하지는 않아도 적잖이 당황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아린이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희 엄마 아빠는 정말 좋겠다! 너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얘기해주곤 합니다.
한번은 어버이날에 아린이가 ‘저를 입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친생자 아이들도 ‘엄마, 아빠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의례적으로 쓰는 편지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아린이의 편지를 읽고 난 후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너희가 엄마를 너희 엄마로 입양해 주어서 고마워! 너희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답니다. 입양에 대한 모든 편견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아린이와 채린이가 건강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자라기를 늘 기도합니다.
입양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과
예비입양부모님에게 전하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은정입니다. 저는 한 번의 출산으로 아들을 만나게 되었고 입양을 통해 두 딸을 만나 저희 다섯 식구 가족이 완성되었습니다. 저의 경험상 입양 또한 출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갖는다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일입니다. 부부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부모의 자격 중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입니다.
부부가 입양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 스스로 자신들의 상태를 평가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된 부모라는 의미입니다. 가끔씩 ‘아이가 예쁘지 않다면 어떡하지?’ ‘정이 가지 않으면 어쩌지?’, ‘후회하면 어떡하지?’ 등의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입양의 문턱에서 주저하시는 분들을 보곤 하는데요. 아이를 만나 함께 살아가다 보면 그 모든 고민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러니 아무리 아이가 미운 짓을 하고, 사고를 치고, 반항하며 모진 말을 쏟아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서 가끔 부모 자신도 모르게 후회가 되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아이의 환한 웃음과 미소를 보면 그런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됩니다. 그런 모든 고민 또한 부모가 되는 길 중 놓여 있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더라고요.
끝으로 예비 입양 부모님들은 어느 시기에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아이에게 입양을 말하는 것은 특정한 나이대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아이를 앉혀놓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른 채, 그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하던 전하지 못한 ‘비밀’을 쏟아내는 방식보다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입양에 관련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 자신이 매우 귀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고 입양은 가족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의 아이 또래의 입양가족을 만나서 어울리는 것도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