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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날]②입양 10년차 부부의 동화…"가슴으로 낳은 딸 하늘의 선물"
2016-05-11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하느님은 여자에게 아이를 두 가지 방법으로 낳도록 했어. 배가 따뜻한 사람은 배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슴으로 낳을 수 있도록…. 이렇게 동화처럼 들려주는 것이 아이가 나중에 입양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도록 하는 저만의 방식이었어요."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가온(10)이 엄마 심은경(46)씨는 10년차 입양모다. 딸 가온이에 대한 질문에 심씨는 학교에서 아이가 수영 프로그램을 마치는 것을 돌봐주던 중이었다며 헐떡이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우리 같은 사람도 부모가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가볼 생각이었어요."

심씨 부부가 딸을 처음 만난 때는 지난 2007년 9월6일.

이 부부는 8년 동안 아이를 얻지 못해 시험관 시술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의 낮은 성공률을 놓고 고민하던 끝에 부부는 입양을 결심했다.

"처음에 남편은 반대했어요"라고 심씨는 말했다. 당시 결심이 굳었던 심씨가 동갑내기 남편 김영근(46)씨 손을 이끌고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다. 3~4시간에 걸친 상담을 마치고 입양 결정을 한 뒤 가온이를 처음 봤을 때 부부는 눈물부터 나왔다고 했다.

심씨는 "처음에는 그렇게 반대하던 남편도 울었어요. 저도 너무나 감동했죠. 지금 남편은 누구보다 아이를 예뻐하는 '딸 바보'가 다 됐죠"라고 했다.

가온이와 함께 한 10년 동안 부부는 여느 가정과 다를 것 없는 시간들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도 가온이가 처음으로 '엄마'란 말을 꺼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남편 김씨도 결혼 전에는 심씨가 수차례 재촉해도 가지 않던 여의도 불꽃놀이를 가온이에게는 보여줘야 한다면서 3년 연속 데려갔다고 한다. 심씨는 연신 웃음 띈 얼굴로 설명했다.

심씨는 가온이가 생후 24개월이 된 이래 동화를 한 편씩 들려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각색된 동화는 하느님과 악마, 천사가 등장한다.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여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 중 엄마는 가슴이 따뜻했기 때문에 가슴으로 가온이를 낳았다고 했어요. 제가 실은 수술 자국이 있거든요. 그 자국을 가리키면서 여기서 가온이를 낳은 거다. 그렇게 말이에요."

그러면서 아이가 생기기를 간절히 기도했고 어느 날 하늘에 뜬 무지개를 타고 가온이가 왔다는 내용을 더했다고 했다. "그래서 가온이가 어릴 때는 자기가 천사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심씨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온이가 4살께 됐을 무렵, 동화에는 악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온이가 가슴으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악마가 무지개다리 중간에서 낚아채려고 했기 때문에 착하신 분을 구해 가온이를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악마는 10이라는 숫자를 싫어해서 열 달의 시간만 지나면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고 했죠. 그래서 열 달 뒤에 가온이를 돌려주겠다는 분을 찾아 잠시 맡겨뒀다고 했어요."

가온이도 이제는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동화 때문인지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어려워 하지 않고 꺼낸다고 했다.

"가온이와 생모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곤 해요. 알지는 못하지만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어요. 가온이를 지켜주셔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심씨 부부의 가장 큰 걱정은 가온이의 건강이다. 부부가 가온이와 함께 하면서 가장 슬펐던 시기도 아이가 아팠을 때라고 했다.

가온이는 유년 시절부터 판막증을 앓았다. 판막증의 경우에는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지만 가온이는 아토피 치료도 받고 있고 지난 1월에는 갑자기 쓰러지기까지 했다.

부부는 몸이 약한 가온이가 "나는 왜 이렇게 달라"라고 말했을 때 "너를 가졌을 때 제대로 못 먹어서 그래"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심씨는 "아이가 아픈데도 주변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라며 "'입양아들은 원래 그래'라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는 너무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우리 아이에게 저런 일이 생기면 유전자가 다른데 찾을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까지 들었어요"라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가온이의 동생 계획이 없느냐는 물음에 심씨는 주변의 반대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부가 가온이와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입양에 대한 주변의 의혹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고도 토로했다.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친구들, 부모님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극복을 못했어요.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남의 자식을 왜 또 키우려고 하느냐는 식이었죠."

부부는 입양이 출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다만 아이를 만나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임신을 해도 처음에는 딸인지 아들인지 건강 상태도 모르잖아요. 그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얼굴을 보고 좋다, 싫다 판단할 수는 없어요. 봤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죠. 가온이와 함께 할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s.won@newsis.com